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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0 외딴방 1

외딴방


온전히 내 의지는 아니었다만, 밤을 세어가며 소설책을 읽어본 것이 얼마만인가.

작가(신경숙 씨)가 가지고 있는 '글쓰기'에 대한 집념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어린 나'를 버티게 해주는... 70~80년대 어린 여공의 삶을 버티게 해주는 원천.
나는 그 고집이 주는 힘과 평안함을 안다. 더불어 그 부작용도.

소설을 통해 작가는 그녀 삶의 무엇인가(something general...)를 비춰보려고 시도하였는지 몰라도,
나에겐 상당히 지엽적인 이런 부분, 집념,에 집착을 하고 있다.
적어도 삶을 지탱해주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나는 그녀의 어린시절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밖의...
내부의 진흙뻘 속에서 무엇이 힘겹게 고개를 들며 소리친다. 뭘 하려는 게야? 고만고만한 세부사항이나 찾아내서 뭘 어쩌겠다는 거지? 제발 연대순으로 줄맞춰 요점 정리하려고 들지 마. 그건 점점 더 부자연스러워질 뿐이라구. 설마 삶을 영화로 착각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삶이 직선으로 줄거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p167, 아마도 작가 자신의 독백. 삶에 대한 물음)


학교에 가면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그때껏 나로서는 구경도 못 한 사람들이 색색의 옷을 입고 발랄하게 자기 소개를 했다. 그들은 곧 야유회를 떠나는 듯했다. 그들앞에 서면 이 세상 어딘가에 공장이 있고, 이 세상 어딘가에 서른일곱 개의 방이 있고, 어두운 시장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갑자기 나는 외톨이가 된 듯했다. (p229, 대학에 들어간 작가)

유학생활을 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들과 비슷하게 소비하였고, 그들과 비슷하게 생활하였다.
이질감을 느꼈다. 갑자기 나는 외톨이가 된 듯했다.


다시 '집념'에 관해서...
작가와 내가 가진 삶에 대한 집념.
가장 큰 차이는 그녀는 '집념'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그녀의 글을 읽음으로서 현실화 시켰다는 것이다.
노력의 결정체. 글.
(하지만, 아마... 그녀도 나도 만족하지 못하겠지. 생을 두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 일테니!)


하지만 우리는 이상을 향해서 나아간다.

밤이고 숲속이고 그리고 나무 위에 별들이 하얗게 내려앉아 반짝이고 있다. "새들이야." 나는 경이로워서 내 무릎 위의 사진집에 얼굴을 가까이 댄다. 자세히 보니 밤이 찾아온 숲속의 나무 위에 앉아 반짝이고 있는 것 별이 아니라 백로였다. 백도들은 어둠에 잠긴 숲속, 높은 나뭇가지를 여기저기에서 조금씩 차지하고 앉아 하얗게 빛나고 있다. (p32, 외사촌의 사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