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 습관이 되면 나를 망친다


[최진석 교수의 노자강의 / 이하 EBS인문학특강]

창의적인 일에 오랜 시간 투신한 친구와 만나 대포 한잔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한담이 오가다가 요즘 배우는 재미에 빠졌다고 합니다. 이에 제가 좀 자극 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넌 앞으로도 창의적이기 어려울 것 같다. 배우는 일이 아름다운 일이기는 하지만, 배우다가 보통은 자기 길을 잃어버린다. 지금 너처럼 좋은 경력을 가진 사람이 아직도 배우는 일이 재밌어진다면 어쩌란 말이냐?”

저의 이런 반응에 의문을 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배우는 건 좋은 일 아닙니까? 평생 배움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되겠지요?” 하면서요. 그런데 저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단계에서는 배움의 고삐를 늦춰야 할 때도 있지 않겠어요? 배움이 습관이 되어 버리면 평생을 배우다 세월을 다 보내버립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만 배우다가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보통은 이러지 않나요?

우리가 배우는 목적은 언젠가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배움은 수단이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인 것이죠. 삶은 자기표현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수동적으로 배우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면 이 표현 능력이 사라지기 쉽습니다. 그러니 무언가를 배울 때는 항상 머릿속에 ‘내가 배우는 목적은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다’라는 생각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세계 어느 민족이 젊은 학생들을 붙들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그토록 다그쳐댑니까. 공부에 몰두하다가, 즉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라 배우다가 잘못하면 죽을 때까지 잃지 말아야 할 야수 같은 눈빛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남에게 들은 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것을 진리로 받아들이면 받아들일수록 자기 눈에서는 원초적인 힘찬 눈빛이 사라집니다. 자신의 주인 자리를 자기가 차지하고 있지 못하고, 배운 내용들이 대신 차지해버릴 때 이런 형형한 눈빛이 사라지는 일이 나타납니다.

공부는 내가 나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 내가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수단임을 잊지 말아야 해요. 이 기본적인 자세를 노자는 ‘자율自律’이라 했습니다. 자율이란 내가 나를 조율하는 겁니다. 남에게 들은 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자신의 길은 잃고 삶은 더욱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부를 멈추고 생각을 시작해야 하루를 살아도 나답게 살 수 있습니다.

출처 :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_ EBS인문학특강 최진석 교수의 노자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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